늦어도 11월에는 (Teaser)

신승훈 2020.04.01 193
이런 밤에는 숨겨둔 말 하고 싶어 
문득 날 돌아보게 돼

만약에 나의 삶이 사계절이라면 
지금 한 9월쯤 됐을까

세상 모두의 시작이던 3월에는 
모든 게 신기 했었고 

소나기 쏟아지듯 사랑에 빠졌던 
4월은 열병 같았어 

아침에 눈을 뜨면 행운이 날 기다린 듯 
꿈같던 5월의 나날들 

하늘엔 꽃잎이 폭죽처럼 
영원히 뿌려질 것 같았지 

꽃도 사랑도 아찔했다 사라지고 
어느덧 혼자 있지만 

창밖에 둥근 달이 얼굴을 만들면 
누군지 딱 알 것 같아

길었던 장마처럼 뭘 해봐도 시들했던
우울한 8월이 지나고 

꽃보다 짙어진 낙엽들이 
내 삶은 근사했다 말하네 

10월이 지나, 눈이 오는 풍경일 땐 
그대와 함께 하고 파

나에게 와 준다면 끝이 한 장 남은 
늦어도 11월에는 
그래도 11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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