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아이에게

MARCUS & 박성경 2020.06.18 21
젊은 군인은 노인의 몸 속에서 괴롭다
이런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죽음이 널 데려가기 전에,
치매가 널 지우기 전에,
기회의 문이 닫히기 전에
속죄의 용기를 내봐 
 
80년 5월에 쉰 살이었지
손 잡은 군인들이 든든해
뭐든 할수있을 거 같았지
깃발을 먼저 들지 않으면 
다른 군인에게 모든 걸 빼앗길 거 같았지
모시던 그 군인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거 
더 많이 모아 더 많이 나누고
총 맞아 죽지 않고 오래 갈 거 같았어
가슴 설레 첫 잔을 들이키는 애주가처럼
 
세상 힘 있는 자들의 발톱에 
살기 위해 군인이 되고 싶었는지 몰라
일본군과 관군들이 전씨들을
죽이고 녹두군의 창자를 걸어 놓았을 때
어른들이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전전하고
선친이 만주로 바삐 떠나야만 했을 때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놀라 
힘 있는 군인이 되고 싶었는지 몰라
 
죽음이 너를 데려가기 전에,
치매가 너를 지우기 전에,
기회의 문이 닫히기 전에
속죄의 용기를 내봐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봐
이대로 죽는다면 모든 게 너무 뻔해
니 손주는 가두지마 너라는 감옥에
너를 기억할 네 가족을 생각해봐
어려웠던 시절
네 이웃들에게 돌아가는 건 어때
어릴 적 순수했던 너로 돌아가는 건 어때 
총칼에 가족과 인생을 잃은 이웃들에게
참회는 무지개 다리
이젠 그 다리를 건널 때야
 
진심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면
세상은 널 다르게 볼 거야 
모진 짓 했던 군인들 중에
진정 뉘우친 별은 없었지
총칼로 폭력을 쓰고 그 힘으로 돈을 모으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또 믿게 되고
주위를 둘러봐 세상은 달라졌어
더 이상 태양을 가릴 수는 없어 
 
용기를 못 내면 두려움 때문이겠지
지금이라도 반전을 만들어봐
너를 호위하는 벽, 아직도 갇혀 있는
백담사 우리를 부수고 나와
네가 그냥 이대로 죽는다면
그건 네 두려움 때문야 니가 만든 감옥
영원히 갇히겠지
가담했던 군인들 피 값으로 호가호식했던
그 장군들도
 
죽음이 너를 데려가기 전에,
치매가 너를 지우기 전에,
기회의 문이 닫히기 전에
속죄의 용기를 내봐 
 
얼마 남지 않은 네 삶과 작별하기 전에
신기루 같던 야망도
씻기 힘든 죄도
네 가족과 이웃의 시름도
우리의 슬픔과 고통도
계속되는 거짓과 갈등도
이젠 잘 정리해서 
과거로 역사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
용기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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