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머리 아가씨

현지훈 2023.03.22 7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 수정 5동
비좁은 골목길 사이 파란 대문 속 내가 보여
051 462에 3420 혹시나 길이라도 잃을까 봐
전화번호를 외워
유치원 가는 길 매일같이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았네,
괜히 난 투정 부리려
말없이 안아주며 날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엔 아름다운 미소가 번져

내 유년 사춘기, 어리광 받아주던
흰색 머리 아가씨
이제는 볼 수 없어 저 멀리로 날갯짓
그리운 고향 집 두고서 소녀는 구름과 함께 떠났지
내 유년 사춘기, 어리광 받아주던
흰색 머리 아가씨
이제는 볼 수 없어 저 멀리로 날갯짓
그리운 고향 집 두고서 예쁜 꽃가마 타고 떠났지

언젠가 알 수 있을까
스쳐간 그리움 어디로 가는지
시간 가면 알게 될까
짙은 밤 불어와 내게 속삭이네

어렸을 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서
고왔던 손 주름져도 웃어
참기름 팔며 손주 자식 키워
투명한 그 마음 미움 따윈 없어
늦깎이 칠순 한글을 배워
사랑하는 손자 내 이름 적어
이불보 밑 낡은 지갑 속에 넣어
청춘이란 두 글자 위에 울어

사랑해요 흰색 머리 아가씨
당신의 청춘 내가 갚아줄게 하나씩
그러니 있어줘 겨울 속 거친 손
따스한 봄 내가 선물할 때까지
사랑해요 흰색 머리 아가씨
당신의 청춘 내가 갚아줄게 하나씩
그러니 있어줘 겨울 속 거친 손
따스한 봄 내가 선물할 때까지

언젠가 알 수 있을까
스쳐간 그리움 어디로 가는지
시간 가면 알게 될까
짙은 밤 불어와 내게 속삭이네

사랑 앞에 철없던 어린아이같이
영원할 줄 알았네 매년 찍던 가족사진
이제는 오려 붙여 할머니 사진
사실 이 상실감을 대신할 순 없겠지
잔잔한 슬픔 이젠 밀어두고 지내
참았던 감정 항상 혼자인 새벽에
한숨만 내쉬며 어린 나를 그리네
새하얀 종이 위에 그날을 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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