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아름다웠던 날에

벚꽃 터널

공유하기
옅은 어스름이 번지고 있는 자줏빛 하늘과
흐드러진 벚나뭇가지
난 작은 화면 속 풍경을 보여
조용히 어떤 다짐을 했지

한 점의 구름도 없이 시리도록
푸르기만 한 봄과
영원했던 벚꽃의 터널
난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며
수많은 너를 따라 걸었지

마음에 맺힌 분홍이 발자국마다
묻어 나오던 밤
왜 네가 좋았던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무정히 달싹이는 조그만 입술에
과분한 의미들로 발라진 립스틱
나에게 한해서 아름다웠던 그 순간들은
전부 다 묻어두라는 듯 거대한
무덤가에 빛이 오르네

마음에 물든 분홍이 그림자에서
피어 오르던 날
정말 네가 좋았었는지 이제는 잘 모르겠어

오로지 단 하나의 종류만 허락된
너무나 불공평한 가위바위보
너에겐 상대도 될 수 없었던 그 시절들은

모두 다 흘러갔다는 듯
고요한 수면 위로 파문이 이네
서러운 기억 속에 꽃잎이 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