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깊은 밤을 건너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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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했던 여정이 모두 지나가고
오색 종이가루가 눈앞을 스친다

금세 사그러드는 꽃과 폭죽 대신
풀려버린 다리와 가쁜 숨에
종종 시큰거리던 마음으로
결승선의 의미를 기념하고 싶어

땀에 젖은 피부에 닿는 서늘한 공기가
어느새 볼 위에 올랐던 욕심을 식혀준다

생각보다 모질던 시작의 끝에서
가슴 깊숙한 곳에 남은 것은
잠들지 못하는 근심이 아닌
푸른 새벽 아름답게 빛을 내는 꿈

반복되는 매일 매일의 불쾌한 온기가
두 번째 불어오는 바람에 날려 사라진다
흔적도 없이

생각만큼 고요한 끝의 시작에서
가슴 깊숙한 곳에 남은 것은
지쳐 쓰러지는 좌절이 아닌
날 응원하는 친구의 목소리와
사랑하는 이의 품과
붉은 아침 다시 한번 떠오르는 꿈
기지개를 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