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방백 (bahngbek) 2015.12.30 21
습한 여름 밤
너와 난
좀 더 갈 수 있을까
강은 범람하는데

강을 따라 걷는 밤
그때에 우리는
미친 듯 농담을 하며
완벽히 행복했지

지나가는 구름과
음악과 벌레들과 비행기
지나가는 강물과 바람과
사람들과 자전거들
벌써 저만큼 벌써
저만큼 벌써 저만큼

가로등이 물에 잠긴 밤
여전히 정답지만 우린
더는 갈 수 없다는 걸 이미
아마 알고 있었지

강을 쳐다보는 밤
모처럼 건조한 밤
복잡하고 밝은 빛 저기서
고요히 아른거리네

지나가는 구름과 음악과
벌레들과 비행기 
지나가는 강물과 바람과
사람들과 자전거들 
지나가는 먼지와 사연들과
물새들과 연인들 
지나가네 어느새
벌써 벌써 저만큼

지나가는 비가 와
지나가는 비가 가
지나가는 너와 나
한강을 쳐다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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