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염따 2016.02.18 1,442
강동에 살아 
노래 만들고 자전거도 타면서
잘 있냐고 물어보면
오 예 당연하지 그럼

그녀는 최고였어 
내가 만나봤던 여자들 중에서 
제일 잘나갔어
개포동에 살았던 아빠가 
돈이 많았던 
그녀의 차는 아우디 
주말엔 내가 몰았지 
쇼핑쇼핑쇼핑 
백화점 명품관에서 
surfing surfing 
그녀의 카드로 파도를 탔지
돈 한 푼 없어도 
건방진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 위에 
손 올리면 나도 마치
성공한 새끼처럼 느껴졌지 
얼마 안 돼 약발은 떨어졌지만
그녀의 A4를 타고 
밤엔 워커힐 가서 
이름도 모르는 
비싼 술로 목을 적셔도
더 초라해지네 
커다란 호텔 거울 앞에 
서있는 내 모습은 
절대 artist 아니라 
기둥서방이지
난 세 평짜리 작업실로 
다시 돌아와서 가사를 
써 내려갔지 늘 그랬듯이 난

강동에 살아 
노래 만들고 자전거도 타면서
잘 있냐고 물어 보면
오 예 당연하지 그럼

오 여전하지 그럼
노래 만들고 자전거도 타면서
잘 있냐고 물어 보면
오 예 당연하지 그럼

이따금씩 난 서래마을에 
가곤 했었지 
하하 형이 불렀거든 
전화벨이 링링링링 
울리면 또 택시를 타고 
강남으로 휙휙휙
그때 난 어떻게든 
TV에 나오고 싶었으니까
비싸 보이는 이자카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엄마야 거긴 
김제동이랑 데프콘이랑 
술을 마시고 있네
내 성공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았어
빨리 나를 어필해서 
형들 유명세 등에 업힐래
이사하면 가서 짐 나르고 
술 마시다 담배 떨어지면 
셔틀을 했었지
난 구름처럼 붕 떠있었지 
나도 그 형들 사이에 껴있으면 
저절로 똑같아지는 줄
la di da di 
언제나 party 형들은 
다금바리 난 그냥 
시다바리 야
난 세 평짜리 작업실로 
다시 돌아와서 
가사를 써내려 갔지 
늘 그랬듯이 난

강동에 살아 
노래 만들고 자전거도 타면서
잘 있냐고 물어 보면
오 예 당연하지 그럼

오 여전하지 그럼
노래 만들고 자전거도 타면서
잘 있냐고 물어 보면
오 예 당연하지 그럼

오 예 당연하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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