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아카이브

이병찬 2022.10.13 134
한 방울 떨어진 잉크가
투명한 물의 색깔을 바꾸듯
사랑하면 맘 안에 누굴 들이면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리나 봐
눈이 내려앉은 어깨에도
바람 닿은 뺨에도
당연한 일처럼 넌 되살아나는 걸
사소한 기억들 하나하나에도
어쩔 줄 모르는 난
쏟아져 나온 널 막을 길이 없어
너라는 익숙한 이름이
내게 너라는 하나의 이름이
이렇게 커져버릴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나의 어딜 열어도 너의 기록이야
손끝마다 묻은 너의 장난
귓가엔 웃음소리
내 맘을 적시던 그 뜨거운 눈물도
사소한 기억들 하나하나에도
너와 함께인 내가
행복해 보여 더 그리운 건가 봐
너라는 익숙한 이름이
내게 너라는 하나의 이름이
이렇게 커져버릴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나의 어딜 열어도 너의 기록이야
내가 다 너인 걸
이대로 이대로 영원히 내내
기억의 모습이라도
내 안에 있어도 괜찮은 거니
나라는 사람이
지나간 사람이
너에게 한없이 초라한 사람이
이렇게 오래도록 너를
간직하게 해주어서
두고두고 난 너무나 고마워
내가 다 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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