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서울

이제 그만 일어나볼게
오늘 너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한껏 들뜬 약속 대신
밋밋한 명함을
건네고는 언제였나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그날의 표정을 지었어

지갑 속에는 여전히
한 번도 다시 꺼내본 적 없는
다른 명함들이 포개져 있지만
해져버린 그 이름들은 이제
기억나지 않아 그때의 표정들도

안녕 서울 이제는 갈게
결국 나의 이정표는 어디에도
묶어 놓지 못하고
녀석들을 따라가지만
언젠가 다시 이런 인사를 나누자고

이제 그만 일어나볼게
사실 내게는
이런 말을 건넬 사람
아무도 남지 않았지만
써본 적은 몇 번인가 밖에 안되는
하얀 펜을 한 손에 쥐고는
무작정 밖으로 나섰어

여긴 가로등도 왠지
며칠 새 깜빡이더니 오늘은
켜지지 않았어
나는 몇 번씩이나
괜스레 내 뒤를 살펴가며
이젠 새까매진 하얀 글씨를 찾았어

안녕 서울 여기 써둘게
지금은 아무도
돌보지 않아서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어느 낙서 옆에
자그맣게 새긴 ‘나도 여기 있었다’

안녕 서울 저기 어느새 마지막
터널 안으로 달려가는
열차 안에 있어 난
이젠 가벼운 지갑 속에는
금박에 녹이 슨 카드 한장 뿐

안녕 서울 이제는 갈게 결국 나의
이정표는 어디에도 묶어 놓지 못하고
버스에 오르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이런 인사를 나누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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