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도

언제부터인가 난 찾을 수 없게 되었지
새파래진 포스터와 그 옆에 낙서들도 같이
그땐 가려진 벽지 뒤를 상상하기도 했지만
나부끼는 현수막의 비웃음 위로 
떠오르는 어딘가의 풍경이

돌이켜보면 아무도 비좁아지는 길의 끝에
걸어 잠겨 있던 문 너머를 살피진 않았어 그때는
동전이나 바꾸려 쏘다니던 나에게 지금은 
집으로 돌아갈 만큼의 거리만이

발걸음마다 놓여 있던 캡슐의 파편과 
켜켜이 그 사이로 찍혀 
좀처럼 지워지지 않던 각자의 발자국
이제는 모두 사라진 여기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락기의
해상도는 왜 이리도 흐려진 건지

요즘부터인가 난 잠들 수 없게 되었지
내일 감당해야 할 일들에 대한 불안 없이는
소리 없이 어두컴컴한 통로 안을 비추네
녀석들이 아닌 누군가 나를 찾는 
잘못 보내져온 말들만이

떨쳐냈다고 여긴 기분에 흠뻑 젖어 와선
털어내 다시 방 한 켠에 쌓여가네 어제처럼
어지러이 엉켜 붙어버린 전선들 사이로
흐릿해져가는 나를 던지네 오늘도

발걸음마다 놓여 있던 캡슐의 파편과 
켜켜이 그 사이로 찍혀 
좀처럼 지워지지 않던 각자의 발자국
이제는 모두 사라진 여기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락기의
해상도는 왜 이리도 흐려진 건지

언제부터였나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억 너머의 화상과 윤곽선만큼은 똑같지만
풍경의 색깔 뭉개진 발음 
마지막에 새겨 놓은 녀석의 이름
그 무엇도 복원되지 않았네

발걸음 마다 놓여 있던 캡슐의 파편과 
켜켜이 그 사이로 찍혀 
좀처럼 지워지지 않던 각자의 발자국
이제는 모두 사라진 여기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락기의
해상도는 왜 이리도 흐려진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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