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

진영 & 곽시양 2015.04.03 161
해질 무렵 바람도 몹시 불던 날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 창가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 어쩌지도 못한 채 
난 그저 멍할 뿐이었지 

난 왜 이리 바본지 어리석은지 
모진 세상이란 걸 아직 모르는지 
터지는 울음 입술 물어 삼키며 
내려야지 하고 일어설 때 

저 멀리 가까워오는 정류장 앞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알 수도 없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그댈 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댈 안고서 
그냥 눈물만 흘러 자꾸 눈물이 흘러 
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만 있다면 
오 그대여 그대여서 고마워요

낙엽이 뒹굴고 있는 정류장 앞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까치발 들고 내 얼굴 찾아 헤매는 
내가 사준 옷을 또 입고 온 그댈 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댈 안고서 
그냥 눈물만 흘러 자꾸 눈물이 흘러 
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만 있다면 
오 그대여 그대여서 고마워요
그대여서 고마워요
그대여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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