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홍운 2018.07.11 93
01.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넌 환히 웃고 있었지
떨리던 내 어깨와 빛에 반사된
내 눈의 호수를
마치 못 본 것처럼 
정말 눈부시게
흉악하고 잔인한 널 잊으려 
지구 세 바퀴를 돌아 산책하고
세상 모든 바다만큼 울어도
날 봐주지 않던 그대가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고작 그것뿐 인지
달이 뜰 때도 해가 뜰 때도
널 그린 나는 어떡해

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죽고
다시 또 살아나곤 했었지
추억이란 녀석을 묻어둔 
무덤을 매일 찾아가며
심약하고 가망 없는 나라서
너의 행복을 빌며 기도한 날
추하고 비참하게 만든 사람
날 완전히 부순 그대가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고작 그것뿐 인지
달이 뜰 때도 해가 뜰 때도
널 그린 나는 어떡해

오늘 따라 달이 무척 밝네요
그대도 보이겠죠
내 목소리도 왠지 밝네요
그대 듣고 있나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고작 그것뿐 인지
달이 뜰 때도 해가 뜰 때도
널 그린 난
달이 뜬 이 밤
그대는 필요 없어요
그만 끊어줄래요
달이 뜬데도 해가 뜬데도
이젠 많이 늦었죠
앱에서 영상보기
상세보기
 님 프로필 이미지
리뷰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