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어른 (Child)

재연 2024.03.22 2
이곳에 처음 발디딘 후로
키는 이만치 컸는데
굽어진 등허리엔 거대한 먼지들이 쌓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해

바람에 한껏 휘청이다가
그마저 다 날아가버리면

아 무엇 하나 자라지 못했던
야위어진 팔다리에 몸을 맡겨
꼭 바랬던 저 먼 세상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세상은 이렇게 커다란데
하물며 내 좁은 발걸음으로는
커다랗게 보인 언덕이 두려워
몸을 짓누르는 듯해

바람에 멍든 상처가
언제쯤이면 아프지 않을까

아 무엇 하나 자라지 못했던
야위어진 팔다리에 몸을 맡겨
꼭 바랬던 저 먼 세상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잦은 생채기는 이제 괜찮아
아무렇지 않게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간거야

바람을 타고 언덕을 넘어서
야위어진 팔다리로 기어가더라도
온 힘을 다한다면 반드시
저 태양이 보일거야

두 번 다시 외면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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