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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사의 결정적인 싱글들 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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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장식한 싱글들 77화

 

재즈는 힙합 음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함께였다. 재즈 아티스트의 자유분방한 연주, 리듬감, 메시지는 힙합의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으며, 1977년 랩이 레코딩되기 시작한 이래 수많은 프로듀서가 재즈 레코드를 샘플링했다. 또한 재즈와 힙합의 결합은 연주자와의 실질적인 협업으로까지 확장됐다. 그렇게 재즈 랩(혹은 재즈 힙합)의 시대가 열렸다. 갱스타(Gang Starr),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디거블 플래닛츠(Digable Planets) 등은 재즈 랩의 전성기를 이끈 대표적인 아티스트다.

 

특히 갱스타의 구루(Guru)가 1993년에 발표한 [Guru's Jazzmatazz, Vol. 1]은 재즈 거장을 대거 초빙하여 완성한 이 계열의 걸작이었다. [Guru's Jazzmatazz, Vol. 1]이 앨범 단위로서 상징적인 작품이라면, 그보다 먼저 세상에 나온 어스 쓰리(Us3)의 “Cantaloop (Flip Fantasia)“는 싱글 단위로서 상징적인 결과물이었다. 힙합과 재즈의 유기적인 결합이 음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상업적인 성공까지 뒤따르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런던에서 결성된 어스 쓰리는 래퍼, 프로듀서, 보컬, 재즈 연주자가 모인 대규모 재즈 랩/애시드 재즈 밴드였다. 그리고 “Cantaloop (Flip Fantasia)“는 그들이 블루 노트(Blue Note Records)에서 발매한 데뷔 앨범 [Hand on the Torch](1993)의 리드 싱글이다. 곡을 만든 두 리더 제프 윌킨스(Geoff Wilkinson)와 멜 심슨(Mel Simpson)은 이 혁신적인 재즈/힙합 퓨전을 위하여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의 모달 재즈 명곡을 활용했다.

 

 

행콕이 1964년에 발표한 "Cantaloop Island"(1964)에서 주가 되는 건반과 트럼펫 부분을 샘플링하여 느릿한 원곡의 템포를 살짝 올린 다음 퍼커션을 깔아 여유롭게 전개시켰다. 펑키한 잼 세션 위론 멤버 라샨 켈리의 랩이 유유히 흘러간다. 귀에 착착 감기는 맛깔스러운 래핑으로 재즈, 힙합, 펑크(Funk)의 탁월한 퓨전을 찬미하고 시인과도 같은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며 어스 쓰리가 창조한 그루브한 세계를 완성한다.

 

 

활력과 유연성을 갖춘 “Cantaloop (Flip Fantasia)“의 프로덕션엔 재즈와 힙합의 정수가 전부 담겼다. 또한 곧 펼쳐질 재즈 랩 전성기의 초입에서 두 장르가 지켜온 전통을 존중하는 동시에 다채로운 음악적 영감을 힙합에 통합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성공적인 어스 쓰리의 시도는 독특하고 매혹적인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재즈의 우아한 선율과 힙합의 진기한 리듬이 만나 교감하는 순간, “Cantaloop (Flip Fantasia)“가 연출한 그 환상적인 순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