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

윤종신 2017.01.25 42
이 정도 살면 그럭저럭
관성의 힘으로 
무덤덤한 마음으로 살 법한데
오- 꿈틀대는 모난 삐딱함은 
나를 울타리 밖으로 내던지네 
아직 쉴 자격이 없는 나라며

다 모여 떠들었던 시간은 
내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홀로 가슴 후벼 파면 
그제서야 날이 서
이것저것 잡다하게 듣는 건 
나날이 더 많아지고 
세상은 날 더디다고 비웃어 

누군가 세로로 세우려 해 
나란히 가로가 어울린 우릴 
사다리를 주며 빨리 
올라 따라잡으라 해
한없이 외롭고 
외롭다면 갈 수 있겠어 
누구도 못 따라올 거기 거기로 

이젠 아마 많은 게 바뀔 걸 
썩은 고름들을 짜내고 난 뒤엔 
새 살이 차오른 뒤 그곳 
무딘 딱딱한 살이 돼도 

잊으면 안 돼 얼마나 아팠는지 
또 온몸으로 퍼질 수 있어 
그 잘 사라지지 않는 독소들

다 모여 떠들었던 시간은 
내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홀로 가슴 후벼 파면 
그제서야 날이 서

이것저것 잡다하게 하는 건 
나날이 더 많아지고 
세상은 날 더디다고 짜증 내

누군가 세로로 세우려 해 
나란히 가로가 어울린 우릴 
사다리를 주며 빨리 
올라 따라잡으라 해
한없이 외롭고 
외롭다면 갈 수 있겠어 
누구도 못 따라올 거기 거기로 
아무도 안 따라올 저 먼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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