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본능 (2023 월간 윤종신 2월호)

윤종신 2023.02.28 95
지난 내 감정 속에는 니가 참 많아
떠올려지면 이런저런 기분이 뒤따르지
그냥 지인이 되기엔 나를 못 속여
시선 표정 말투 속마음 다 들켜버리지

그럭저럭 덤덤해질 즈음
텅 빈 자리가 선명해진 어느 날
그 잃었던 다 내 거 같았던 분하기도 했던
추억이 뜯겨 나간 그 휑한 자리엔

누군가 또 오겠지 푸른 싹이 또 나겠지
잃고 잊고 또 얻으려 하고
잘 살겠다는 본능은 지난 사랑이 하찮아
또 잃고 잊고 그 반복의 날을 우린 살잖아

우리가 무슨 대단한 사랑 했겠니
남들만큼 사랑했었고 아픈 게 다지

소중한 건 있었다는 거
그 시간 속에 너와 내가 있단 거
그 많았던 미래란 착각 미칠 듯 좋았던
그걸 가진 우리는 또 잘 할 수 있어

누군가 또 오겠지 아는 만큼 잘하겠지
잃고 얻고 더 나아져 가고
잘 살겠다는 본능은 지난 사랑이 고마워
또 잃고 얻고 그 반복의 날을 우린 살잖아

우린 그렇게 생겼어 그렇게 타고난 거야
이젠 뭐든 잃기 싫어지고
그리움이란 본능은 갑자기 가끔 나타나
사치스런 그 추억 한잔에 취해 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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