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화

윤종신 2024.05.31 84
푹 잔 어젯밤 찌들지 않은 눈 
언제부턴가 더 이상 기억은 다 날아가고
기묘한 홀가분만이 음음 오랜 걸 도려낸 느낌 같아

커다란 빈자리 이제 채우면 되는데
그렇게도 어려웠던 누굴 만나는 걸 해야 해
어디까지 지워진 걸까 그 이별 뒤
원래 난 어땠는지도 싹 다 사라진 듯해

복구할 수 없겠지만 텅텅 빈 내 가슴이 좋아
아프진 않잖아 눈물도 없잖아 우우
영원할 것만 같던 그 흔적마저 지워버린
세월이 우우 고마워 오오오오

익숙한 거리는 혼자라서 더 좋은 걸
눈 마주친 그 누구와 오래 바라볼 수 있는 거
새것 같은 헌 내 마음 그 저장 공간
누구로 또 채워질지 나타날 것 만 같아

오랫동안 비워내려 애쓰던 날들 수고했어
참 많이 컸잖아 단단해졌잖아 우우
영원할 것만 같던 그 흔적마저 지워버린
세월이 우우 고마워 

부스러기 추억 남아 있을까 
샅샅이 싹 다 찾아 지워버렸어
그게 자라 버리면 얼마나 클지 
내 삶이 멈춰버린 듯 오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거든

오랫동안 쓰지 않던 달콤한 말들 하고 싶어
그 기분 알잖아 잘할 수 있잖아 우우
누굴 만나게 되면 다신 놓치지 않을 거야
다시는 우우 난 못해 오오오오

지울 수 없는 나의 본능
사랑은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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