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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shake [Horsie]

스페셜

로파이 베드룸 R&B의 부드러움과 멜랑콜리 , Homeshake

SPECIAL로파이 베드룸 R&B의 부드러움과 멜랑콜리 , Homeshake

홈셰이크(Homeshake)는 최근 미국 인디 씬의 흐름을 만든 뮤지션 중 한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재즈와 소울의 영향이 감지되는 이 루즈한 인디 팝에는 마치 디안젤로(D'angelo)가 페이브먼트(Pavement)를 만난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고 몇몇 사람들은 '차세대 에이리얼 핑크(Ariel Pink)라 칭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내한공연을 통해, 그리고 맥 드마르코(Mac DeMarco)와의 연관성 때문에 일찌감치 국내에도 다수의 팬 층을 형성하고 있기도 했다.

ARTISTHomeshake

캐나다 몬트리올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홈셰이크는 싱어 송라이터 피터 세이거(Peter Sagar)에 의한 솔로 프로젝트이다. 캐나다의 한적한 대초원의 도시 에드먼턴에서 태어난 피터 세이거는 동네에서 밴드를 하다가 2011년 몬트리올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에 투신한다.
맥 드마르코의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면서 자신의 음악 또한 만들고 있던 피터 세이거는 맥 드마르코의 스튜디오에서 [The Homeshake Tape]를 2013년 초에 발표하고 같은 해 10월 [Dynamic Meditation]를 내놓는다. 결국 자신의 음악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맥 드마르코의 라이브 밴드에서 탈퇴하게 된다.
피터 세이거는 어린시절 들었던 재즈를 기반으로 자신이 영향 받았던 음악들에 실험적인 인디 록을 접목시켜냈고 그렇게 홈셰이크 특유의 작법이 탄생한다. 그런 방식을 토대로 완성된 2014년도 정규 데뷔 앨범 [In the Shower]로 이목을 집중시켰고 두 번째 앨범인 [Midnight Snack]에서부터는 작곡의 초점을 기타에서 신시사이저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온도와 톤을 찾기 위해 이전 앨범들에서 작업한 전통적인 밴드 악기 대신 패드와 드럼 머신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점진적인 변화는 팝 적인 사운드로의 방향으로 옮겨갔고, 결국 홈셰이크의 대표작 [Fresh Air]에서 절정을 맞이하게 된다. 초기 그의 베드룸 이모-인디 록 같은 질감은 완전히 변모했는데 이미 [Midnight Snack]에서 부터 이런 변화의 조짐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한층 더 감각적인 송라이팅과 상쾌한 R&B 톤의 사운드 어레인지는 앨범 제목만큼이나 신선한 공기감을 제공해냈다. 그의 대표작이었던 만큼 5주년이 되는 해에 새로운 컬러의 바이닐 에디션을 다시금 출시하기도 한다.

2020년 공개한 네 번째 앨범 [Helium]은 홈 스튜디오 환경에서 완전히 녹음된 그의 첫 앨범이었고 음반계약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낙관적인 형태의 사운드로 완성된 작품이었다. 이미 2019년도에 거의 완성했던 2021년 작 [Under the Weather]는 슬픔과 어둠의 느낌을 예술적으로 탐구하는 작품이었고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사운드를 보다 강조해내고 있었다.

 

음악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홈셰이크가 영향받은 아티스트들은 꽤나 복합적인 편이다. 본인이 직접 언급했듯 샤데이(Sade), 밴드(The Band), 브로드캐스트(Broadcast), 프린스(Prince), 그리고 데이빗 린치(David Lynch)의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안젤로 바달라만티(Angelo Badalamenti) 등 다양한 영향이 그의 음악에서 감지되곤 했다.

ALBUM[Horsie]

스스로 설립한 레이블에서 본격적인 홀로 서기를 시작한 백일몽 같은 독백들 [Horsie]

알려진 대로 홈셰이크가 직접 자신만의 레이블을 설립했다. 마치 ‘홈셰이크’의 애너그램같은 이름의 레이블 쇼암키(Shhoamkee)에서 올해 초 2주 만에 완성한 앨범 [CD Wallet]을 발표하기도 했던 홈셰이크는 올해 중순 다시금 각을 잡고 새로운 작품 [Horsie]를 내놓는다. 이는 모두 토론토의 자택 스튜디오에서 작곡과 녹음이 진행됐는데, 유럽에서의 경우 전자음악의 명가 워프(Warp)에서 발매됐다.
이 두 앨범은 마치 연결되어 있는 듯한 테마를 유지하고 있는데, [CD Wallet]이 어린 시절 외로움의 근원과의 연결을 모색하는 작품이라면 [Horsie]의 경우 그가 경험한 왜곡된 세상 속에서 그가 듣고 싶은 소리를 표현한 것에 가깝다. 이는 본격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보다 전적으로 자신만의 사운드를 입증해낸 결과물로써 도출됐다. 환각적이면서 조직적이고 심오한 한편 그의 다양한 영향이 감지되는 노래들이 마치 상상속에서 표류하는 듯한 모양새를 갖춰내고 있다.
새 앨범 [Horsie]는 포텟(Four Tet)과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의 질감, 디안젤로와 샤데이의 리듬 형식, 라이 쿠더(Ry Cooder)의 앰비언트 아메리카나 등에 영향받은 다양한 텍스쳐를 바탕으로 한다. 기존에 사용해온 기타와 신시사이저는 물론 SP-404 샘플러를 적극 활용해내면서 좀 더 개인적이면서 간단한 경로의 소리들을 구축해내려 했다.

MUSIC VIDEONothing 2 See

앨범에 앞서 세 곡의 싱글이 마치 3부작 뮤직비디오 연작처럼 완성됐고 이 모든 비디오는 짐 라슨(Jim Larson)에 의해 연출됐다. 가장 처음 공개된 리드 싱글 'Nothing 2 See'는 자신의 공연 이후 군중 사이로 이동해 밤의 끝에서 평화와 고요함 속으로 숨으려 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여주고 있다. 녹아 내릴듯 흔들리는 신시사이저와 보컬 뒤로 팜스프링스 맨션에서 네온 빛 컬트 필름 분위기의 비디오가 전개된다.

MUSIC VIDEOSimple

이어지는 싱글 'Simple'의 경우 삶의 압박감에 눌려 우울한 상태에 빠졌을 때 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자가 약물치료에 돌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다뤘다. 'Nothing 2 See'의 비디오에서 맨션을 빠져나온 피터 세이거가 불안한 와중 자동차를 훔치고 자동차 안에서 혼란스러운 환영이 비춰지는 와중 이를 의문의 사내가 계속 주시하고 있는 것들 같은 소재는 정확하게 데이빗 린치(David Lynch)의 [로스트 하이웨이(Lost highway)]의 몇몇 장면들과 겹쳐진다. 서늘한 서프 사운드 기타와 건반이 마치 최면을 걸고 있는듯 느리고 낮게 흘러간다.

MUSIC VIDEOEmpty Lot

호텔에서 꿨던 꿈에서 영감 받은 곡 'Empty Lot'으로 이 3부작 비디오가 마무리된다. 파란 얼굴이 된 피터 세이거가 훔친 차에서 내려 영화 [파리, 텍사스(Paris, Texas)]의 주인공처럼 사막을 떠돈다. 이후 리무진을 발견하고 탑승하는 장면은 마치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의 'Windowlicker'비디오에서 가져온 듯하다. 야마하의 DX7 건반은 'Nothing 2 See' 비디오에서부터 여기에까지 꾸준히 등장하는데, 확실히 DX7 풍의 레트로한 사운드가 존재한다. 실제로 꿈의 감정이 저장된 듯한 곡으로 이 꿈꾸는 듯한 분위기는 3부작 연작이 마치 한 곡인 것처럼 지속된다.

신비한 분위기의 인트로 트랙 'Ravioli'로 시작되는 앨범은 황량하면서도 평온한 타이틀 트랙 'Horsie', 그리고 연인과의 늦은 밤의 대화를 다룬 여백이 많은 우아한 슬로우잼 'Dinner Plate'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낮고 느린 트랙들은 'On A Roll'과 'Smiling" 같은 곡들에서도 전개되는데 이 느린 곡들은 대체로 불안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음정의 연주와 함께 음주 상태의 기분으로 흘러가는 'Blunt Talk', 일전에 직접 언급했던 라이 쿠더의 색채가 돋보이는 'Easier Now'는 마치 신경안정제처럼 감지되곤 한다. 부유감 있는 기타의 'Ice Tea'의 경우 마치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라이 쿠더의 곡을 연주한 것 같은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대체로 구성에는 빈 공간을 뒀지만 그럼에도 감정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복잡미묘한 구석이 있다.

 

상업적인 반응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그저 순전히 자신이 느끼는 것에 집중해 작곡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세상의 압박과 그에 명쾌하게 대처하려는 현실주의 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홈셰이크는 그럼에도 세상이 더 온화한 곳으로 바뀌기를 갈망한다.

 

[Horsie]에 수록된 곡들은 대체로 감상적인 혼수상태를 불러일으키며 무비판적으로 향수에 젖게끔 유도하지만, 그럼에도 홈셰이크 특유의 창의성 또한 굳건히 존재한다. 홈셰이크의 음악은 그런 감정에 잡아 먹히기 보다는 자신의 불안, 그리고 긴장감에 맞서 싸우고 있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기도 한다. 다른 부연설명 없이 그저 릴렉스하게 감상하기에도 무방한 작품이다.

홈셰이크의 앨범들 중 가장 온화하고 정적이며 보다 성장한 듯한 매력을 갖춰낸 로파이 팝이 [Horsie]에 존재한다. 여유롭고 부드러운 한편 슬프고 어두운 세계관이 동시에 아름답게 흔들린다. 어디까지나 섬세한 피터 세이거라는 인간 본연의 소리가 취한 듯 전개되며, 무엇보다 이런 식의 현기증을 유발하는 자아성찰은 지금의 시기 그의 경력에 있어 꼭 필요한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