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산책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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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앨범유형
정규앨범 , 인디 / 가요
발매일
2023.07.28
앨범소개
마린 [산책]


산책을 떠난다는 가벼운 다짐 아래 신을 신고 문을 나설 때. 가장 눈에 익은 길을 따라 아무런 생각 없이 걷다 보면 나는 내가 살아온 곳과 아주 상관없는 사람처럼 자유로워지곤 했다. 걸음에서 시작된 물음의 뿌리를 찾다 보면, 짙게 깔려있던 슬픔은 어느새 닿을 곳을 잃고 미약해지곤 한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들이 어떠한 모양과 빛깔을 하고 있든, 길 위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나는 그들에게서 멀어져 새로운 곳으로 떠나게 되는 것이다. 골목골목 자리한 여러 생명,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오고 가는 계절들 위에서 그들은 나와 달리 어떻게 피고 지던 상관이 없는 모양으로 굳건히 서 있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 나 또한 그리되고 싶기도, 가끔은 정말 그리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계절에 상관없이 산책을 했지만 내가 가장 기다리는 계절은 여름이었다. 이마에서부터 시작되어 볼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치며 걷다보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몸을 데운 열기에 쉬기 위해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면 깊게 잠들었던 풀들이 깨어나 숲을 이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꼭 기적같다고 생각했고, 그를 품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그 이후로 나는 긴 산책을 종종 떠나곤 했다.

답답한 마음이 계속되던 어느 날은 길 위에서 편지를 쓰곤 했다. 정리하지 않고는 뱉을 수 없는 말들을 엮어 마음속으로 몇 번을 되뇌는 것이다. 어지러이 펼쳐진 말들 아래로 걱정과 화로 점철된 나의 마음이 보였다. 모른 척 자꾸만 걸었다. 집과는 점점 멀어졌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또 어느 날은 풍경 같은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다. 사람이 좋아 사랑을 두려워했던 나는 야생에 사는 동물처럼 그들을 대했다. 기대하지 않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길처럼 남아 나의 마을이 돼주었다. 오래도록 걷고 싶어졌다. 그런 날엔 길을 걸으며 많은 것을 그려내고 부르곤 했다. 춤을 추듯 걷는 발걸음 뒤로 버리고 갈 수 없는 이야기들이 쌓였다. 이야기들을 모아 집에 돌아가면 밤새 음을 붙였다. 그들은 점점 늘어나 커다란 한 이야기가 되었다. 크고 작은 여정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들을 모아 산책이라는 앨범으로 엮어내게 되었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 이제는 자유로운 날을 셀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삶이란 길 위에 기쁨은 꽤 자주 피어났다. 짙고 깊은 슬픔을 피해 뿌리내린 사랑은 어느새 숲을 이루어 나를 놀라게 했다. 한때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금방 나를 스쳐 가기도 했지만 길은 계속 그곳에 있었다. 나를 닮은 이 음악들 또한 어느 자리에 서서 누군가의 풍경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진실한 사랑 되길. 유약한 우리의 삶 안에서 절대 바래지 않을 여행가가 되어 울려 퍼질 수 있길.

- 마린 드림 -


[Credit]

Produced by 마린
All Music Composed by 마린
Words 마린
Arranged by 마린

Performing by

Vocal 마린
Piano 마린, Anor (Track 2)
Drum 마린
Guitar 박상현 (Track 5,6,7,8), 강건후 (Track 3,4,9)
Chorus 마린
String arrangement 마린
Synth&Pad 마린
Bass 이경우 (Track 3,4,5,6,7,8,9)

Recorded by 마린 @치치의방, 이재명 @JM Studio (Vocal Recording, Track 3,4,7)
Digital Edited by 마린, Anor (Vocal Edit, Track 3,8)
Vocal Directed by 마린, 은유 (Track 3,4,7)

Mixing by 마린 (Track 1,2,3,5,6,8,9,10), 곽동준 (Track 3,7)

Mastered by 권남우 (821 Studio)

M/V Producer 김진우, 마린, 이경우
M/V Director 김진우, 마린, 이경우
M/V Film by 김진우, Assist 이경우
Film Actor 박은비, 이경우
Profile Photographer 이경우
Artwork by 마린
Photo by 이경우

Spacial Thanks to 이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