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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힙플 #143

핫플힙플

주관적인 취향의 치명적인 매력 <카타오모이>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핫플힙플 143번째 이야기!

INTRO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카타오모이>

매주 핫한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뜨거운 성수, 그 뒷골목에 일어로 된 작은 간판을 바닥에 두고 조금은 애매한 태도로 손님을 맞이하는 재즈킷사가 있다. 재즈킷사는 과거에 재즈 음악을 트는 일본 찻집을 표현하는 단어였으나 최근에는 재즈를 트는 바, 요릿집, 카페도 이 재즈 킷사라는 표현을 쓴다. 오늘 소개할 재즈킷사 카타오모이는 개점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입소문을 타고 사랑받는 곳인데 서두에 표현한 ‘애매한 태도’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가게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듯하다. 요리가 있지만 오히려 식사를 하고 오기를 권하며 술을 팔지만 그냥저냥이라고 말하는 사장님. 디테일한 소리를 위한 최적의 환경으로 재즈를 들을 수 있도록 마련한 음향 시스템에도 애매하다는 표현을 덧붙이는 사장님의 겸손한 마인드는 오히려 손님들에게 호감을 주고 있다. 카타오모이에서 느끼는 좋은 느낌을 설명하는 말들은 저마다 다양하겠지만 그 중심에는 음악, 그것도 재즈 음악이 있다.

INTERVIEW<카타오모이>

Q. 안녕하세요, 지니 뮤직 구독자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서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는 장윤수입니다. 제 가게는 ’카타오모이‘란 이름의 재즈킷사입니다. 재즈를 들으며 음료를 마실 수 있습니다. 약간의 요리가 있긴 한데 하찮으니 안 드셔도 됩니다.

 

 

Q. 카타오모이,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요?


일어로 ‘짝사랑‘ 이란 뜻인데 제가 그 어느날 들은 노래 제목입니다. 당시 가게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가뜩이나 바쁘거늘 이런 쓰잘머리 없는 것에 신경을 쏟지 말자.”란 생각을 하며 그 순간 듣던 노래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차라(Chara)’란 가수의 발라드 곡이며 애니메이션 ‘너에게 닿기를’의 오프닝 곡입니다. 저와 별 관련 없는 이름이자 가게의 지향점과도 별 관련 없는 이름입니다.

 

 

Q.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좋고, 음악은 매우 좋고, 술은 그럭저럭한 데 사장님이 친절하다.’ 카타오모이를 방문한 분들의 후기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이에 대한 사장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요.


예상외 입니다. 인테리어는 가게 차릴 무렵 돈이 없어서 진짜 막 했는데, 그러니까 아마추어인 제가 잘 모르는 뇌와 잘 안 움직이는 손으로 막 했는데 그걸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어 놀랍습니다. 음악 역시 그렇습니다. 저 스스로는 상당히 배타적인, 혹은 주관적인 장르의 음악들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아껴주는 분들이 있어 놀랍습니다. 술은 정확한 평가입니다. 제가 사실 술은 잘 아는데 제가 좋아하는 술들은 너무 배타적이라 좀 평범한 것들 위주로 두었고 그냥저냥하단 평가가 적절하다 생각합니다. 친절은 의외입니다. 제가 말주변이 없어 손님들과 잡담도 안 하는 편인데 친절하다 생각하시니 세상에 이미 말이 너무 많구나란 생각을 합니다.

 

 

Q. 카타오모이는 재즈킷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재즈킷사는 어떤 걸 말하나요? 그리고 카타오모이를 재즈킷사로 설명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일본의 문화이며 특정한 기호를 가진 상업 공간을 의미합니다. 원론적으로는 ‘재즈를 트는 찻집’인데 세상 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통용되는 의미는 좀 바뀌었습니다. 현행하는 재즈킷사들 중에는 차를 파는 곳, 안 파는 곳, 술만 파는 곳, 커피만 파는 곳, 요리를 하는 곳도 있고 안 하는 곳도 있고 그렇습니다. F&B적인 공통점은 없다고 봐도 되며, ‘라이브가 아닌 녹음된 재즈 음악을 듣는 곳’ 정도의 문화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가 재즈, 녹음된 음악,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공간인 재즈킷사를 좋아하여 일본에 갈 때마다 재즈킷사들을 찾곤 했습니다. 서울에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없는 것 같아서 제가 차렸습니다. 아시다시피 서울의 재즈는 라이브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Q. 천정에 높이 달린 커다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가 참 좋게 들립니다. 카타오모이의 시스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좋겠고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지도 궁금합니다.


대단히 애매한 구성입니다. 스피커는 빈티지 카테고리에 속할 탄노이의 15인치 구기종 스피커인데, 앰프 등 이전 단계는 동시대적 설계에 바탕한 물건들을 쓰고 있습니다. 마스터사운즈란 이탈리아 회사의 300B 진공관 앰프를 쓰며, 웨이버사란 우리나라 회사의 포노앰프를 씁니다. 턴테이블은 토렌스의 124DD란 것을, 카트리지는 마이소닉랩이란 회사의 것을 씁니다. 진공관과 턴테이블이지만 현대 하이파이적 설계에 기반한 물건들입니다. 소리의 디테일과 샤프니스는 가져가고 싶어 이렇게 애매한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케이블은 모두 실텍이란 회사의 것을 씁니다. 역시 소리의 디테일 때문에 그렇습니다.

 

 

Q. 이 공간에 있는 모든 판은 직접 전부 들어본 앨범들이라는 사장님의 설명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판을 구매하시는지, 그리고 매장에 플레이할 때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선곡해 음악을 들려주시는지.


예전에는 스트리밍 등을 통해 들어보고 관심이 가는 것들을 피지컬 앨범으로 샀는데, 요즘은 그저 궁금하면 바로 엘피를 삽니다. 엘피를 위해 마스터링한 소리까지 음악이자 앨범이라 생각하니 미리 듣는 과정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어찌저찌하여 알게 된 앨범이 흥미로운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경우, 일단 엘피를 삽니다. 선곡은 순간순간 손님들의 취향을 살피며 그때그때 손님들이 좋아할 법한 것들을 틉니다. 재즈만 튼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배타적이기에, 그것을 뚫고 다가온 분들의 기호는 가급적 맞춰보려 노력 중입니다.

 

 

Q. 사장님이 본격적으로 음향과 , 음악에 빠지게 된 앨범을 하나만 꼽아주신다면 어떤 걸까요?


음향에 빠지게 된 계기는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We Get Request’ 앨범입니다. 우연히 그 앨범의 고음질 에디션을 사 들었는데 충격적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소리를 담은 앨범이 있다니. 그때부터 좋은 소리를 찾고 있습니다. 음악에 입덕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엔가 들은 퍼프 대디의 ’No Way Out’ 앨범입니다. 세상에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그때부터 이런저런 다양한 분야의 음악들을 듣고 있습니다.

 

 

Q. 음악이 공간에 주는 영향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다수의 공간은 특정한 목적성을 가집니다. 예컨대 부엌은 요리하는 공간이며 안방은 잠을 자는 공간입니다. 음악을 만드는 공간인 녹음실이 있는 것처럼 음악을 듣는 게 목적인 공간 역시 가능합니다. 그 목적성 성립을 전제할 때, 음악은 공간의 전부, 혹은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카타오모이는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지?


음악이 중심인 공간이 되길 희망합니다. 저나 손님, 술이나 인테리어, 사진이나 대화가 아닌 음악이 중심인 공간이 되길 희망합니다. 전부가 되는 것도 좋겠지만, 그곳에는 저도 없어야 하니 좀 어렵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