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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앤비 따라잡기 #74

힙알사전

알앤비 따라잡기 #74 - 신념을 가지고 길게 간 음악가, 머니 롱

 

차트에서 잔잔히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알앤비 곡이 있으니. 바로 머니 롱의 ‘Made For Me’다. 이 노래는 틱톡 크리에이터들에게 인기를 얻어 끝내 빌보드 핫차트 20위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성과가 틱톡 마케팅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인 걸까? 틀린 이야기는 아니긴 하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머니 롱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며 인기의 원인을 풀어보려 한다.

#알고 보면 베테랑 송라이터

알고 보면 베테랑 송라이터

일단, 머니 롱은 틱톡이 나은 깜짝 스타라 칭하기 보다도 빅토리아 모네와 동일 선상에 있고, 비슷한 커리어를 쌓아 온 음악가라 보는 게 좋을 듯하다. 두 음악가는 지금처럼 파급력을 일으키기 전에 일찌감치 플레이어로서 데뷔했고, 데뷔 앨범의 상업적 실패로 인해 송라이터로 오랫동안 음악 업계에서 활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머니 롱은 2009년 본인의 본명으로 데뷔 앨범 [Jukebox]를 발표했지만, 좋은 음악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머니 롱은 송라이터로 활동을 하게 된다. 이때 만든 곡으로는 리한나의 ‘California King Bed’를 비롯해 아리아나 그란데의 ‘Fake Smile’, 피프스 하모니의 ‘Write on Me’ 등이 있다. 재밌게도 소녀시대의 일본 앨범에 수록된 ‘I'm A Diamond’의 송라이터로도 참여한 이력도 있다.

 

본인의 음악에 대한 갈증을 느낀 그는 본명으로 2018년 두 번째 정규 앨범 [Coloured]를 발표하게 된다. 이 앨범은 컨트리 소울 사운드가 담겨있다. 이는 미국 남부 지역에서 태어나 흑인이란 이유로 인종차별을 겪었던 머니 롱의 삶과 생각이 반영된 탓이다. 실제로 그는 컨트리와 흑인 문화의 연관점과 과학적으로 모두가 유색인종임을 언급했고, 캐리 언더우드와 미란다 램버트의 컨트리 넘버 ‘Somethin’ Bad’를 만들기도 했다.

#역경을 이겨 낸 중고 신인

역경을 이겨 낸 중고 신인

이렇게 머니 롱의 크레딧만 보면 승승장구하며 송라이터로서 좋은 커리어를 쌓고, 플레이어로서도 괜찮은 출발을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머니 롱은 산업 업계에서 많은 부닥침을 겪어 왔다. 컴플렉스에서 발행된 인터뷰에서 머니 롱이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 일례로 그는 돈이 없어 스튜디오 화장실에 있는 휴지를 가져가기 일쑤였다고 한다.

 

2018년,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머니 롱은 2년의 공백기를 가지게 된다. 이 시간 동안 그는 자기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고민하며 다양한 음악 다큐멘터리와 방송을 보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활동명을 지금의 머니 롱으로 바꾸고 본인의 레이블인 Supergiant를 런칭하게 된다.

 

이후 머니 롱은 EP [Black Like This], [Nobody Know]를 비롯해 끊임없이 작품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Public Displays of Affection and Public Displays of Affection: The Album]이라는 정규 앨범이 있다. 특히 틱톡에서 주목을 받아 빌보드 핫차트 16위까지 오른 ‘Hrs & Hrs’로 인해 그는 2022년 BET 어워드, 소울트레인 어워드, 2023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신인 후보에 오르기에 이른다.

#따스한 에너지를 담은 알앤비, ‘Made For Me’

따스한 에너지를 담은 알앤비, ‘Made For Me’

머니 롱이 이 시기에 인연이 닿아 함께 여러 아티스트와 작업을 했다. 예시로는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베이비페이스를 비롯해 어셔, 존 레전드, 코닥 블랙, 아프로잭, NLE 차파 등등을 비롯해 ‘Made For Me’의 두 프로듀서 저메인 듀프리와 브라이언 마이클 콕스가 있다.

 

저메인 듀프리와 브라이언 마이클 콕스. 이 콤비는 한 마디로 말해서 2000년대 힙합/알앤비 그 자체인 스타 프로듀서다. 함께 한 작업물로는 어셔의 ‘U Got It Bad’를 비롯해 머라이어 캐리의 ‘Don’t Forget About Us’ 등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어셔의 새 앨범 [Coming Home]에도 팀을 이뤄 참여했다.

 

머니 롱의 ‘Made For Me’는 2000년대 감성이 깃든 팝/알앤비 넘버다. 요 노래는 앞서 언급했듯이 틱톡 크리에이터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끝내 빌보드 핫차트까지 진입하기에 이른다. 어떤 이유로 머니 롱의 음악을 선택했는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얼핏 보면 니요나 키샤 콜 같은 2000년대 음악들이 유행하는 Y2K 리바이벌 현상의 일례로 보인다.

 

사실 그것보다 ‘Made For Me’가 왜 좋은 음악이고, 지금의 인기를 얻었는지는 머니 롱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시대를 초월하는 앨범으로 머라이어 캐리, 어셔, 데스티니스 차일드, 알리야의 작품을 꼽으며, 이 앨범은 듣자마자 따뜻한 에너지와 친밀감이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이런 생각이 반영된 결과물이 ‘Hrs and Hrs’이고, ‘Made For Me’인 셈이다.

 

이처럼 머니 롱의 사례를 보면 틱톡, 빅데이터 활용 등등의 마케팅 보다 사람의 감정을 변화시키고, 이에 따라 생각과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음악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좋은 음악이면 언젠가 빛을 발한다는 말을 믿어보는 건 어떨까? 지금 머니 롱이 그러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