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ckwise

쿼시 (Quacy) 2014.05.15 0
꽃이 피다가 이윽고 
낙엽이 지지
반면 난 뭐 
피는지 지는지
그저 작년에 달았던 
달력을 찢지
내 방에 스미는 
한줄기 빛이
 
도리어 나를 
그늘지게 해
펜을 주름 진 
오른손에 쥐게 해
첫 줄에다가 볼펜 
똥만 찍게 돼
생각이 많아져 
한숨을 쉬게 해

작년 이 맘 때쯤 
세운 계획들
‘몇개나 이뤘지?’
손가락 세워선 접을까 
했지만 접힌 건
고개와 뱃살 뿐이라는 걸 
알게 됐지

난 피지도 못하며 
져가고 있는건가?
곰팡이만이 
피어오르는 방구석엔
담배연기만이 
피어오르지
궁금해 내게도 
봄이 오긴 오는지..

초침은 돌아가
세상은 돌아가
사람들 돌아다녀
난 집에 돌아와

해,달은 넘어가
달력은 넘어가
봄,여름,가을,겨울에서
봄,여름,가을,겨울.. *2

신년맞이로 분주한 
사람들 사이에서
난 혼자 신년앓이를 하지
이번 해 역시 똑같았지
그 사실이 
날 우울하게 하지
 
난 언제나 어제,그제,
그저께 늘 그 쯤에서
정체된 듯 그대로인 현재
담배만 늘어서 검게 
썩어가는 폐
하루하루 내겐 쌓여가는 재

난 늘 제자린데
시간은 언제나처럼 
앞질러가 빠르게
달력이 걸려있던 
자리에 슬은 곰팡이가
내게 친구라고 말을 해
 
하나둘씩 
늘어가는 흰머리가
마치 내 청춘을 
빨아먹는 거머리같이
느껴져 전부 
뽑아버렸지만 
뽑아도 뽑아도
초침은 돌지 여전히..

초침은 돌아가
세상은 돌아가
사람들 돌아다녀
난 집에 돌아와

해,달은 넘어가
달력은 넘어가
봄,여름,가을,겨울에서
봄,여름,가을,겨울.. *2

돌아가는 시계바늘 
태엽을 되감아
찢었었던 달력에다 
테이프를 되감아
자고 일어나면 
조금 나아져 있겠지
적어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겠지 *2

초침은 돌아가
세상은 돌아가
사람들 돌아다녀
난 집에 돌아와

해,달은 넘어가
달력은 넘어가
봄,여름,가을,겨울에서
봄,여름,가을,겨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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