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폰부스 (Phonebooth) 2016.01.21 2
눈이 녹는다
아스팔트 위
선명한 눈이
녹아버린다

빌딩사이로 
디디지 못한
공중은 자꾸
희박해진다

아니었던가
빛나는 것은
내가 가질 수
없는 주소인가

내가 닿았던
어느 곳에도
체취가 없다
지금 난 극점에 있다

속아 버린건가
이 도시에

불빛들이 웃고 있다

마른 손으로

움켜져왔던
얇은 백야는
몇 벌 이었나

쓸모없는 것들로
주머니 속만
가득 채우고
다시 벼랑에 선다

또 믿어버렸나
저 불빛을

불빛들이 춤을 춘다
잘린 눈이 녹고 있다

눈이 녹는다
가로수들이
떨궈낸 잎은
피난 이었다

단단해지지말자
신발을 털며
눈과 빛 사이 발을
살며시 땐다

불빛들이 춤을춘다
이렇게 이렇게
박제된 내 앞에서 불빛들이
저리도 가볍게
눈이 녹아버린다 춤을춘다
어제와 똑같은 보폭 만으로
뜨거운 위도를 지나야하나
울음이 갈라진 나의 극지는
오늘도 조금 더 기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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