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폰부스 (Phonebooth) 2015.05.12 1
불치의 문을 열고 어서 들어와
여기 나의 마지막
포즈를 찍어 줘
다신 깨지 않게

더는 넘길 날짜가 없는 달력과
알약처럼 뜬 달을 매일 삼키며
홀로 잠이 들고 (쌓여가는)
달과 함께 (식어버린)
바람들을 (다독였지)

오랜 먼지와 기침은 
범인이 아니야
그저 고독이 조금
깊었을 뿐이야

*난 사라질 거야
떨어지는 꽃잎처럼
뜨거워진 너희가
그리워하는 그늘 일 거야
여린 마음들은
흔들리게 놓아두고 
다시는 숨지 않는
바람 일 거야 

가로등에 기대어 숫자를 세는
굵은 머리카락을 숨기는 아이들
나를 찾아주오 (나어릴 적)
어머니가 (좋아하던)
하얀 치마를 (입었다오)

한없이 깊어져버린
눈꺼풀이지만
난 아직 보고 싶은
꽃이 있다고 

*
**

그늘 일거야
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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