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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따라잡기 #32

힙알사전

힙합 따라잡기 #32 - VMC에 오고 간 4명의 래퍼는 누구?

유난히 한국힙합 씬에서 굵직한 전출(?)이 많은 6월이었다. 하이어뮤직(H1GHR MUSIC)의 핵심 아티스트인 식케이(Sik-K)는 허슬러답게 정규 한 장을 더 내놓고 입대했다. 말일 즈음에는 페노메코(Penomeco)와 리듬파워(Rhythm Power)가 밀리언마켓(Million Market), 아메바컬쳐(Amoeba Culture)와의 계약이 만료되어 FA가 되었음을 밝혔다. 예년 같았으면 날이 뜨거워지는 이 시기에 공연·파티·페스티벌으로 시끌벅적했을 텐데, 팬데믹 이후로 오프라인이 사실상 증발하다시피 사라지고 온라인 공간이 대두되어서 그런 걸까. 마치 프로야구의 스토브리그처럼 아티스트들의 신변 변화에 관한 이런 소식들이 유달리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러한 관점에서 VMC는 2분기 힙합 씬의 빅이슈가 되기를 자처했다. 누군가는 돌아오거나 새로 왔다. 또 누군가는 잠시 떠나거나 다음을 기약하는 듯 갔다. 그들에게 두 가지 의미의 안녕을 건네며 최근 발매작을 함께 살펴보자.

(다시) 함께해서 기대됩니다!

던밀스 - OKGO2

QM, 딥플로우(Deepflow), 로한(Rohann) 정규 앨범 발표, 로스(Los), 홀리데이(HOLYDAY), 프레디 카소(Fredi Casso) 영입, 보일링 포인트(Boiling Point) 프로젝트... 던밀스(Don Mills)가 1년 7개월의 군 생활을 하는 동안 VMC에 일어났던 일들이다. 무게감 있는 작품 활동이 이어지면서도 레이블로서 내실을 다지고, 브랜딩을 공고히 해가는 소식들이 많은 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여기에 한때 일명 '차력 랩' 등으로 불렸던 대체 불가한 매력을 가진 던밀스가 돌아왔으니 앞으로 VMC만이 뿜어내는 수컷의 향기가 더 짙어질 일만 남은 듯하다. 그 시작은 다름 아닌 그가 "미쳤어"로 일찍이 인연을 맺은 빈지노(Beenzino)의 제대 후 첫 곡 "OKGO"를 잇는 "OKGO 2"였다.

온갖 군대식 표현으로 확실한 복귀를 알린 던밀스에게 기대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긴 시간 힘을 모은 만큼 폭발적으로 터져 나올 작업량과 결과물이다. 그는 입대 전 4년간 [Young Don], [미래], [Mills Way] 같은 규모 있는 작품과 12개의 싱글을 내놓은 '열정맨'이었다. 딩고(Dingo)와의 전역 몰카 콘텐츠에 따르면, 실제로 훈련소 시절부터 가사를 쓰며 정규 1장, EP 2장, 싱글 1장을 대기 중이라고. 두 번째는 대 유튜브 시대와 맞물려 다시 흥할 가능성이 높은 던밀스만의 일관되고 독특한 캐릭터다. 4년 전 일찌감치 시작한 자체 채널 〈던밀스의 디디알〉이 그 증거다. 당시엔 조금 일렀지만, 지금이라면 염따 다음 이 세계관의 최강자는 던밀스일 수도?

화지 - 오염, 추

누군가 본인에게 이득이 되지 않음에도 자신을 최고라고 추켜세워주고, 언제나 움직임을 함께하고 싶다는 태도를 보이면 어떨까? 또, 그 집착이 과해 부담을 주는 선이 아니라면 당연히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것이다. 얼마 전 공개된 힙합엘이(HiphopLE)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화지에게는 딥플로우가 그런 존재였다고 한다. 그래서 데뷔 이래로 줄곧 흑인음악 레이블 인플래닛(Inplanet) 소속이었던 '현대판 히피' 래퍼 화지가 VMC로 둥지를 옮긴 것은 단순 이적 그 이상으로 귀인과 귀인의 소중한 만남처럼 느껴진다. 이는 딥플로우의 한결같은 구애(?) 덕분이기도 하지만, 화지가 충분한 준비를 마친 채로 비로소 존중이 넘치는 응답을 한 덕이기도 하다.

화지라는 아티스트의 합류는 유달리 VMC의 음악적 DNA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화지만의 리리시즘은 스탠다드한 범주에서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씬에서 가장 독창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세계를 향한 냉소적이고 관조적인 문학적 표현법이 지배적인 두 장의 정규 앨범 [Eat]과 [Zissou], EP [WASD]으로 확실하게 증명된 바 있다. 입단과 동시에 발표한 싱글에서는 그런 자신만의 방식을 오염이라는 키워드 아래 풀어냈다. 물론, VMC에서 '화지 2.0'이 시작될 거라고 예고했으니 반대로 화지 그 자신도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아이덴티티 측면에서 시너지가 나는 건 확정, 그저 얼마만큼의 시너지가 날지 궁금할 따름이다.

군필로 다시 봐요!

오디 - 바톤터치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디(ODEE)는 딥플로우의 랩 레슨생이었다. 지금이야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 혹은 유명 뮤지션에게 DM을 보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신예가 많지만, 당시에 별다른 지지 기반이나 활동이 없는 무명 래퍼가 초기 VMC처럼 기존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 바탕에 둔 집단으로 편입되는 케이스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도 실력 하나만 보고 이뤄진 내부 승격(?)이었으니 딥플로우의 안목과 통찰이 굉장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물론, '아!' 소리만 내도 이 사람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독특한 보이스톤으로 대표되는 오디의 재능도 훌륭하고.

'두목' 딥플로우의 신뢰에 부응하듯 오디는 지난 6월 22일 입대하기 전까지 집단의 한 조각으로서 단단하게 움직였다. 첫 EP [SLY]부터 각각 프로듀서 비앙(VIANN), 같은 레이블 소속의 QM과 합작한 [OPEN MONDAY], [VS], 최근작인 [SCUMBAG]까지, 4년간 정규 대신 대여섯 곡의 준수한 EP를 꾸준히 내놨다. 또한, 그는 정식 회사화되기 전후로 나온 두 장의 컴필레이션 앨범 [Run VMC]와 [VISTY BOYZ], 명승부였던 팀 대항전에서 그랜드 오프닝을 장식하는 등 선전했던 〈쇼미더머니 777〉에서 묵직하게 한몫을 해냈다. 그 묵직한 맛은 '긴장감 있는 거칢'으로 똘똘 뭉친 프로듀서 홀리데이의 비트 위에서 뛰논 입대 전 마지막 싱글 [바톤터치]에서도 여전하다.

부현석 - neighborHOOD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는 아니고 VMC에 관계된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와 앨범이라 소개하려고 한다. 부현석은 〈쇼미더머니 777〉의 팀 대항전에서 블랙나인(BLACK NINE)과 브레이크비트 위에서 붙어 타이트하다 못해 돌덩이 같은 랩을 뱉으며 주목받았다. 사실 그전에도 기록이 있는데, 〈쇼미더머니 3〉에서 바스코(Vasco), 씨잼(C Jamm)과 함께 스윙스(Swings)&산이(San E) 팀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이후 한동안 저스트뮤직(Just Music)의 하이프맨(Hype Man, 무대에서 더블링·애드립 등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백업 래퍼)을 맡았다. 스냅아웃(Snapout)이라는 랩 네임으로 힙합엘이에서 주최한 캠페인 〈두 더 라잇 랩(Do The Right Rap)〉에서 우승한 적도 있다.

그런 부현석이 오디와 같은 날 입대 전 발매한 마지막 앨범(8월 말 발매될 앨범이 또 있다고 한다) [neighborHOOD]는 VMC의 앨범 큐레이션 프로젝트 〈보일링 포인트(Boiling Point)〉로 세상에 나왔다. 이 프로젝트는 딥플로우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힙합 씬에서 실력이 출중한 인디펜던트 래퍼들의 작품을 발매·소개하는 VMC만의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딥플로우는 앨범 소개 글과 영상을 통해 [neighborHOOD]에 대한 감상을 설명하며 내용적으로는 패밀리즘과 자신이 대표하는 동네 노원을 강조하는 로컬리즘이, 소리적으로는 탄탄한 피지컬을 활용해 드릴 장르가 떠오를 정도의 날 것 같은 느낌이 인상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정도면 배경에 대한 설명은 충분한 듯하니 다시 민간인이 되어 날아오를 부현석을 기대해보며 [neighborHOOD]를 체크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