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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탐구생활 #63

가요 탐구생활

가요 탐구생활 #63 - 시리도록 아름다울 올해의 포크

 

감히 다 들을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양의 음악이 하루만에 쏟아져나온다. 할 수 있는 한 어떻게든 더 많은 곡을 듣고 좋은 노래를 발견하고 싶은데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노래를 듣고 듣다보면 어떤 흐름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작은 물줄기가 보여 시내를 이루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지난해는 유독 훌륭한 포크 음악이 많이 나왔던 한해였다. 작지만 이런 흐름이 올해에도 의미있는 물길을 만들어갈 것이라 믿으며, 몇 명의 포크 아티스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남재섭

남재섭

남재섭이란 가수를 발견하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이전엔 홍대의 한 클럽에서 10년 넘게 공연만 이어갈 뿐 음원을 발매하지 않았으니 온라인 세상에서 그의 음악을 찾아 듣기란 다소 어려웠다. 그는 공연에서 자작곡을 선보였지만, 이것들을 굳이 음원으로 발매해야 할지 고민이 길었다고 한다. 이미 세상엔 좋은 음악이 많고 많은데 자신의 음악을 굳이 여기에 더해야 하는지 아주 겸손하고 의미 있는 고민 끝에, 2021년 그의 첫 앨범이 나왔다. 데뷔 앨범 [남재섭]엔 약 10년여간 써온 곡이 담겼다. 10년이란 세월을 한 챕터로 묶어 정리하듯 무려 17곡이 담겼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앨범이 되지 않을까? 했던 걱정과는 무색하게 2023년에는 좀 더 매끄럽고 다듬어진 소리로[당신이 본 세계는 당신이 본 영화]라는 미니 앨범을 발매했다. 이 두 앨범으로 남재섭이란 음악가를 탐험해보실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청아하고 목소리와 무해한 노랫말에 마음이 깨끗해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첫 앨범에선 “사랑"이란 곡을 추천하고, 2집에선 “태풍이 지나가고"와 “어둠이 걷히고"를 추천한다.

#여유와 설빈

여유와 설빈

이름처럼 여유와 설빈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포크 밴드이다. 멋진 포크 음반이 많이 나온 지난 한 해, 여유와 설빈은 그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앨범[희극]을 발표했다. 겉으론 아무리 아닌 척해도 나 자신에게는 숨길 수 없는 마음들. 그것이 진심이라면, 여유와 설빈은 진심에 대해 노래한다. 작사와 작곡은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여유가 주로 쓰는 편이고, 그의 노래는 시적인 가사를 지닌 곡들이 많다. 포크 음악은 어쿠스틱 기타 반주가 중심이 되지만, 여유와 설빈은 다른 악기들을 활용해 다채로운 소리와 효과를 낸다.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현악기가 들어오기도 하고, 트럼펫, 멜로디카 같은 연주가 밀물처럼 밀려들어 온다. 이런저런 소리의 움직임에 따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피며 음악을 들어보면 좋겠다. 앨범의 첫 곡부터 끝 곡까지 한 번에 들어보면 더욱 좋겠다. 그래도 몇 곡 추천하자면 “너른 들판", “숨바꼭질"과 같은 곡이다.

#전호권

전호권

전호권은 빛, 별, 나무, 바다, 바람와 같이 자연 풍경에서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고 이를 가사로 옮기는 편이다. 그가 자연 풍경에 마음을 빗대어 노랫말은 포크와 잘 어울린다. 실제로 전호권이 발표한 음반 제목도 항상 어떤 장면을 담고 있다. 1집은 [코스모스]로 그의 우주를 담은 음반이고, 이 음반엔 “나는 바람과 숲속 조그만 길", “나무", “무지개"와 같은 제목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을 단서 삼아 전호권이 어떤 감정의 풍경을 그려나갔는지 상상할 수 있겠다. 2집 역시도 포크 음반인데, 제목은 [야즈드의 불빛]이다. 그는 1집에선 우주를 그리더니 2집에선 이란의 사막 속 한 도시 야즈드를 상상한다. 그가 왜 세상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선정될 만큼 폭염과 거센 모래바람이 심한 이곳에 자신을 투영했는지는 음악을 듣다 보면 조금씩 해석이 된다. 오아시스를 품은 사막의 중심, 수 세기 동안 예술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도피처가 되었던 곳이 그에게도 물을 주고 쉼을 주는 곳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