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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따라잡기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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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따라잡기 #16 - 한국 힙합 어워즈 2019 후보 완벽 파헤치기

시상식 시즌이 모두 지나갔다. 연말 방송사 시상식부터 2월까지 열린 분야별 시상식까지, 많은 행사가 끝났다. 매년 그렇듯 개강, 개학 시즌인 3월이 되어서야 새로운 한 해가 제대로 시작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힙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3월 20일 마포 아트 센터에서 개최될 <한국 힙합 어워즈 2019(Korean Hiphop Awards 2019, 이하 KHA 2019)>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KHA 2019는 예년보다 한 달 늦게 열리는데, 1, 2월 동안 후보 소개를 중심으로 많은 이슈를 낳았다. ‘올해의 뮤직비디오’, ‘올해의 레이블’ 부문이 신설되기도 했는데, 각 부문에는 어떤 후보들이 노미네이트됐을까?

간략하게 힙합 후보들을 만나보자(알앤비 계열의 후보는 제외했다).

#1올해의 아티스트

올해의 아티스트

<KHA 2019>에서 영예의 자리라 할 수 있는 ‘올해의 아티스트’인 만큼 베테랑들이 후보에 많이 올랐다. 점차 ‘랩 대디(Rap Daddy)’로 인정받고 있는 더콰이엇(The Quiett), 락 네이션(Roc Nation)을 통한 미국 진출을 이뤄낸 박재범(Jay Park), 개인 커리어와 레이블 경영 모두 소홀히 하지 않은 스윙스(Swings), 꾸준함의 대명사인 팔로알토(Paloalto)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세 장 이상의 규모 있고 트렌디한 작업물을 내놓은 기리보이(Giriboy)와 키드밀리(Kid Milli)도 활동량, 영향력 측면에서 위의 넷에 뒤처지지 않는 모양새를 띤다.

#2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가장 눈에 띄는 건 쿠기(Coogie), 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제네 더 질라(ZENE THE ZILLA) 모두 2010년대 힙합의 중심축인 트랩을 기반에 둔다는 점이다. 쿠기는 짱짱한 발성과 랩과 보컬을 오가는 유연함으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존재 자체가 밈(Meme)인 것답게 캐릭터로, 제네 더 질라는 소위 ‘뽕끼’와 트랩의 자연스러운 결합으로 힙합 팬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유일한 <고등래퍼> 출신인 하온(HAON)은 방송으로 선보인 “바코드”, “붕붕” 그 이상으로 첫 EP [TRAVEL: NOAH]에서 자신의 내면을 탄탄하게 보여줘 작품 퀄리티 측면에서 고무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6인 6색에 가까운 부문이다. [4 the Youth]는 긴 호흡을 이끌어가는 저스디스(JUSTHIS)와 팔로알토의 안정적인 콤비네이션으로, [glow forever]는 더콰이엇의 현재를 읽는 감각과 적절한 포지셔닝으로, [AI, THE PLAYLIST]는 키드밀리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능력으로 빛났다. 세 작품이 트렌드에 민감한 편이었다면, XXX의 [LANGUAGE], 뱃사공의 [탕아], 일리닛(ILLINIT)의 [Cosmos]는 각각 실험성, 빈티지함, 서사를 중심으로 시류와 무관하게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이중에서 뱃사공은 [탕아]로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Korean Music Awards)에서 최우수 랩, 힙합 음반 부문을 수상했기에 KHA 2019에서도 어떤 결과를 얻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4올해의 힙합 트랙

그야말로 한 해를 몽땅 집어삼킨 인디고뮤직(Indigo Music)의 위력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문이다. 젊은 에너지가 강렬하고 상큼하게 터진 “IndiGO”와 “flex”는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재키와이(Jvcki Wai)의 “Enchanted Propaganda”는 노미네이트 자체만으로도 그의 음악 속 세계관과 중독성이 꽤나 강력했음을 시사한다. <쇼미더머니 777>에서 거의 유일하게 히트 싱글로 자리매김했던 “Good Day”에도 키드밀리가 참여함으로써 사실상 인디고뮤직이 후보 네 개에 관여하고 있다. 외에도 냉소와 염세로 똘똘 뭉친 XXX의 정신과 가치관을 대변하는 “수작”, ‘한국 힙합 망해라’를 외치며 방송 밖에서 쾌재를 부른 마미손의 “소년점프”가 만만치 않은 후보로 함께 올랐다.

‘올해의 과소평가된 앨범’ 부문은 작품이 지니는 음악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응이 저조한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올해도 노미네이트된 여섯 작품이 모두 개성 넘쳤다. 재달(Jaedal)은 록을 가미한 얼터너티브 사운드, 이수호는 실험적인 사운드스케이프, 짱유는 전형을 걷어낸 신파, 몰디(Moldy)는 전자음악 계열의 서브 장르로 날을 세웠다. 또한, 오디(ODEE)와 비앙(Viann)은 비앙을 기준으로 쿤디판다(Khundi Panda)에 이어 서로에게 적합한 파트너로서 시너지를 냈고, 마일드비츠(Mild Beats)는 베테랑 앨범 프로듀서로서 ‘붐뱁 장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작품으로 돌아왔다. 인기의 척도와 관계없이 음악만을 중요시하는 팬이라면 한 번씩 들어봐도 좋을 것이다.

#6올해의 프로듀서

올해의 프로듀서

관록, 확장, 실험, 시류 같은 키워드가 뒤엉킨 ‘올해의 프로듀서’ 부문이다. 코드쿤스트(Code Kunst)는 근 몇 년과 다르게 정규 앨범이 없었지만, <쇼미더머니 777>를 통해 대중성을 꾀했다. 기리보이(Giriboy)도 마찬가지로 나플라(nafla)의 <쇼미더머니 777> 우승 등에 크게 기여했으며, 개인 커리어에서도 전자음악적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만능 프로듀서 그레이(Gray)와 같은 부문 전년도 수상자인 그루비룸(Groovy Room)은 구관이 명관임을 어느 정도 증명했다. XXX의 프랭크(FRNK)는 [LANGUAGE] 단 한 작품 외에 크게 활동이 없었음에도 파격적인 음악적 지향으로 씬에 파문을 몰고 왔다. 그루비룸이 2년 연속 수상을 할지, 아니면 다른 프로듀서가 그들의 아성을 뛰어넘을지가 관건이다.

#7올해의 콜라보레이션

집단적인 성격이 강한 힙합에서 콜라보레이션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일단 ‘올해의 힙합 트랙’ 부문과 동일하게 “IndiGO”, “flex”, “Good Day”가 모두 노미네이트되어 있다. “IndiGO”, “flex”에서는 네 래퍼의 콤비네이션에서 인디고뮤직 특유의 에너지틱함과 위트가 느껴진다. “Good Day”는 코드쿤스트, 팔로알토의 노련함과 pH-1-키드밀리-루피(Loopy)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빌드업이 인상적이었다. “탕아”와 “이름만 대면”은 컨셉과 진정성을 적절히 버무린 격이었다. ‘돌아온 탕아’라는 컨셉에 제이통(J-Tong)보다 더 잘 맞는 이는 없었을 것이며,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의 경륜과 서사에 맞장구칠 수 있는 래퍼는 MC 메타(MC Meta), 도끼(Dok2)뿐이었을 것이다.

대 유튜브 시대에 뮤직비디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만큼 길어도 5분 안에 끝나는 뮤직비디오에 많은 리소스를 투자하는 케이스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flex”와 “I’m Sick”는 때깔이 좋은 편에 속한다. 반면, “소년점프”와 “통배권”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승부했다. “로데오”와 “Tree”는 각각 카자흐스탄, 마다가스카르라는 한국을 기준으로 이질적인 로케이션을 통해 인상적인 모양새를 갖췄다. 하이파이함과 기발한 발상, 이국적인 배경 등 뭐가 됐든 보는 재미가 확실한 뮤직비디오 여섯 편이다.

#9올해의 레이블

올해의 레이블

한국힙합 씬은 크루 같은 레이블 시대를 거쳐 비즈니스를 바탕에 둔 제대로 된 레이블 시대에 접어든 지 얼마 안 됐다. 많은 힙합 레이블이 대중과 힙합 팬들에게 한꺼번에 어필할 수 있는 음악을 정당한 수치의 영향력과 자본으로 치환하는 경험에 비교적 익숙해졌다. 그만큼 음악적 노선과 정체성을 신경 쓰며 자신들의 폼을 유지 중이다. 인디고뮤직은 한 해 내내 모든 멤버가 쉴 새 없이 결과물을 내놓으며 2018년 하면 떠오르는 레이블로 거듭났다. AOMG는 글로벌한 움직임에 좀 더 치중했다. 하이어뮤직(H1GHR MUISC)과 하이라이트레코즈(Hi-Lite Records)는 기존 스쿼드를 더 굳건히 가져가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메킷레인(MKITRAIN)은 <쇼미더머니 777> 속에서 멤버들이 선전하며 위치 설정을 다시 했다. 한편, 유일한 크루 후보인 우주비행(WYBH)은 여전히 퓨처 사운드를 선도하며 씬의 내핵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