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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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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계절 가을, 첼로로 특별함을 더하다

클래식 공감감성의 계절 가을, 첼로로 특별함을 더하다

감성의 계절 가을, 첼로로 특별함을 더하다

첼로 (c) Manny Becerra

여름이 가고 가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시기입니다. 저는 이 시기에 항상 첼로 소리를 상상하게 됩니다. 따뜻하고 로맨틱하면서도 때로는 서늘하고 화려함까지 표현할 수 있는 첼로 특유의 음색이 이 계절과 너무나 잘 어울리기 때문이죠. 이처럼 오늘날 첼로라는 악기는 정통 클래식부터 민요, 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넘나들며 널리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첼로는 독주만으로도, 다른 어쿠스틱 악기와도, 심지어 현대 과학의 산물인 전자 악기들과도 뛰어난 궁합을 보여주고 있죠. 아마도 첼로 소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첼로 (c) Guy Basabose

사실 첼로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높은 위상을 지녔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만 하더라도 첼로는 바이올린에 비해 지판이 넓어 민첩한 연주가 어려운데다가 덩치가 크고 고정시켜 연주하기에도 불편해서 음악을 연주할 때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야말로 ‘미운오리새끼’ 같은 악기였던 셈이죠. 하지만 17세기 바로크 시대에 접어들며 점차 악기가 개량되었을 뿐만 아니라 저음을 단단하게 보강해주는 첼로만의 특징에 주목하는 음악가들이 많아졌죠. 이러한 첼로의 특징을 잘 살린 바로크 음악을 이른바 ‘통주저음’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음악을 귀 기울여 들어보면 가장 낮은 음역을 담당하며 음악 전체를 풍성하게 해주는 첼로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VIDEOHaendel: Mesias. 1.19. Recitativo secco. Then shall. Partitura. Audición.

베토벤

이처럼 반전의 기회를 맞이한 첼로는 베토벤을 만나며 더욱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베토벤은 첼로의 매력과 가능성을 알아봤고, 다섯 개의 첼로 소나타를 비롯해 첼로를 주인공으로 한 다양한 실내악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죠. 베토벤이 남긴 첼로 작품은 첼로가 소화할 수 있는 넓은 음역, 첼로만의 서정성에 베토벤 특유의 음악성과 기교까지 더해지며 오늘날까지도 첼리스트들에게 중요한 레퍼토리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첼리스트들은 베토벤이 남긴 첼로 작품에 매우 특별한 감정을 담아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있죠. . 

쇼스타코비치

20세기에 들어서며 첼로의 가능성과 활용도는 더욱 확장되었습니다.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브리튼, 리게티 등 20세기 현대음악의 거장들이 첼로를 위한 독주곡부터 협주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고 청중과 평단의 큰 주목을 받았죠. 이들의 음악은 조금은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음악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적 아이디어와 주법, 해석을 선보이며 ‘음악’이라는 것의 기준과 범위를 크게 넓혔다는 특징이 있죠. 특히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1번은 구 소련 작곡가들의 음악에 녹아있는 묘한 어두움에 화려한 기교, 유머러스함이 뒤섞여있는 20세기 첼로 레퍼토리를 대표할만한 걸작 중의 걸작입니다.

홍진호

오늘날에는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첼로가 다양한 장르에서 활용되고 있죠. 간단히 말해, 장르의 경계가 없어진 대표적인 클래식 악기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러한 예로는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첼리스트 홍진호의 작업이 대표적이죠. 홍진호는 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았지만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활동을 펼치고 있죠. 우선, 그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밴드 활동을 시작했죠. 그리고 노영심, 이진아, 선우정아 등 대중음악 뮤지션들과도 활발한 협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의 앨범에는 이러한 독특한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아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