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

브이원 (강현수) 2005.12.23 519
면도를 하다 칼날에
턱끝을 베고 마네요
문득 거울에 그대 얼굴
스친 것 같아 상처 따위는
잊은 채 멍하니 굳어지네요
까칠한 수염 깎아 주던
그대 기억에
신발을 서둘러 신다가
멈칫하게 되네요
무슨 발이 이리 크냐며
내 신발을 신고 어색하게 걷던
그대 떠올라서
아직도 보낼 게 더 남았나 봐요
이별이 끝인 줄 알았는데
내 곁에서 그대 하나 보내기도
정말 아팠는데
아직도 잊을 게 더 많은가 봐요
모두 털어버린 것처럼
기억 못한다고 나 소리쳐 보지만
그대 떠나는 게 잘 안 돼요
무심코 담배 물다가
눈시울이 또 시큰해
담밴 나빠요 입 맞추던
그대 생각에 내뿜는 연기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처럼
괜시리 고갤 숙여 보는
내가 쓸쓸해
한참 지난 이별인데도
그대 향기 남아서
미련 속에 미련 남긴 채
하루에 수십 번 하루에 수백 번
바보가 되는데
아직도 보낼 게 더 남았나 봐요
이별이 끝인 줄 알았는데
내 곁에서 그대 하나 보내기도
정말 아팠는데
아직도 잊을 게 더 많은가 봐요
모두 털어 버린 것처럼
기억 못한다고 나 소리쳐 보지만
그대 떠나는 게 너무 힘이 들어
얼마나 많은 날이 가야 하나요
언제쯤 난 괜찮아질까요
그대 묻은 하루 하루 보내는 게
이젠 고통이죠
얼마나 더 버려야 내 맘 속에서
그대 향기 지워질까요
잊으려 할수록 못 잊는 내 마음만
더 잘 보이는 날 아는데
잊으려 할 때마다 그댈 잊겠다는
다짐부터 먼저 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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