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이

인우 2009.12.29 0
어느 날 문득 바라본 하늘
구름이 멈췄다.
갈잎은 내 시간을 
구름에 잡아 
묶어 놓고 떠나가고
엉켜버린 하늘을 
잡아내려 뜯어냈다
상처의 딱지마냥
매운 하늘에 눈물
나는 송충이

하얀 하늘에 파란 눈이 내려
솔잎이 얼었다
언제나 푸른 미소로 
나를 기다려줄 줄 알았는데
잠깐 눈을 뗀 사이에 떠나갔다
솔잎도 시들더라
날 기다려주지 않더라
나는 송충이

나무에 매달려 낮잠을 잔다
꿈을 꾼다
갈잎을 사랑했다
지독한 소화불량 
잠에서 깨어 
힘겹게 기어간다
꾸물꾸물꾸물꾸물
꾸물꾸물꾸물꾸물
그물에 걸려버린 송충이 
발버둥 쳐보지만
아직 사랑을 잊지 못하는 
송충이 기어간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한다고 
누가 그러더냐
갈잎을 사랑한 나는 바보 
송충이란 말이냐

가시는 내 몸 가득 박혀있고 
더 이상은 아프지 않다
이젠 내가 구름의 손을 잡고 
시간보다 빨리 기어가야지
꾸물꾸물꾸물꾸물
꾸물꾸물꾸물꾸물
꿈을 꾸고 있는 송충이 
아직은 힘들지만
날 사랑해 줄 누군가를 찾아 
오늘도 기어간다
꾸물꾸물

그물에 걸려버린 송충이 
발버둥 쳐보지만
아직 사랑을 잊지 못하는 
송충이 기어간다
송충이 기어간다 
송충이 기어간다 
꾸물꾸물 송충이 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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