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토로

자그마치 2018.02.13 27
한 번은 고래를 만들었는데
조그맣고 귀엽게 만들려했는데 
그만 커버린거야
너무 커져버린거야
이걸 어쩜 좋아
숲에선 나무에 끼어버리고
하늘에서 살기엔
맞는 날개가 없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너의 운명

가거라 바다로 알아서
잘 살아보거라

한 번은 남자와 여자를 불러
양쪽 하늘을 지키라 했는데 
둘이 좋아한거야
서로 사랑한거야
이걸 어쩜 좋아
남자는 날마다 소리 지르고
또, 여자는 그리움에
밤새 목 놓아 우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너희 운명

가거라 땅으로 둘이서
잘 살아보거라

세상을 만든지 일주일이 안 돼
너무나 많은 것 저질러 버렸네
계절은 일 년에
네 개나 만들었고
낮과 밤도 매일매일 바꿔야되네
하늘엔 먹구름과
번개가 내려치고
폭발해버린 화산은
대지를 덮쳤네
아무리 애를 써봐도
감당이 안 돼
그렇다고 이 내가
어디 기도할 데도 없잖어
인간에게 감성 이성과
자유를 건네주고
온 세상을 잘 가꿀 것이라
난 믿었었는데
이놈들 온 땅 위의 생명은
죄다 다 따먹고
이거 해달라 저거 달라
졸라 졸라대는데

나 이제 가노라
이제는 너희가 알아서
잘 살아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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